[대장암투병기] 6. 투병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엄마는 다른 이들에게 삶을 살면서 좋았던 경험들을 잘 나누는 사람이다. 좋은 식자재나 사용하고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들을 알려주고, 구매를 연결해 주는 일로 엄마의 일상은 분주할 때가 많다. 가끔은 엄마 자신이 피곤한데도 소개하고, 설명하는 일들을 하는 걸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투병을 할 때도 그랬다. 자신이 너무 힘들 때를 제외하고는 다녀 본 곳 중 좋은 요양병원, 맛있게 먹었던 음식, 대체 요법 중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등을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소개하기 바쁜 사람이였다.

 

여러 면에서 나는 엄마를 많이 닮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나의 경험들을 나누는 것에는 주저하지 않는다. 특별히엄마를 간호할 때 필요하고, 효과가 있었던 것을 주변에서 누가 물어보면 묻지 않은 내용까지 정리해서 전달해주고는 한다.

 

얼마 전 엄마가 첫 번째 폐수술을 할 때 쯤 입사했던 회사 동료의 페이스북을 보았다. 동료의 페이스북에는 아내가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내용이 게시되어 있었다. 자주 연락을 하던 사이가 아님에도 카카오톡 프로필에 동료의 이름을 찾아 수술 전 필요한 준비물, 수술 후의 유의해야 하는 사항을 빼곡히 정리해서 보냈다. 동료는 경황이 없어 챙기지 못했던 것들이 많은 데, 도움이 되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엄마와 나 두 사람 모두 우리가 보낸 시간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시간이 없었다 보다는 작년까지는 아직은 투병기를 나누기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2020년 엄마가 마지막 수술을 한 지 이제 4년 정도가 지났다. 이제는 일년에 두 번 정도 정기 검사만 받고 있고, 일상 생활의 큰 무리가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검사 날이 되면 긴장하게 되고, 엄마가 혹시 다시 아플까 종종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이면 늘 엄마와 투병 기간 중에 했던 이야기를 다시 마음에 떠올려본다. "암을 완치한다는 생각보다는 어떻게 몸을 관리하면서 살 것인지, 우리 그걸 더 생각해보자."

 

투병기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들을 마주할 때, 두려움과 절망감이 찾아 올 때가 많았다. 늘 긍정적인 태도로 나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치료를 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악화되는 엄마의 상태 앞에 엄마나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이 분명 있었다. 암이라는 질병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질병으로 인해 다른 일상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엄마와 우리 가족은 좌충우돌하면서도 담담히 잘 걸어왔던 것 같다.  

 

우리 가족의 경험들을 기록함을 통해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기록하는 글들이 누군가의 투병생활과 가족들의 간호에 힘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