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암투병기

[대장암투병기] 번외. 항암치료 후 동유럽 해외여행 1편

뭉치2020 2021. 1. 17. 13:26

오랜 만에 엄마와의 추억을 되새겨 보려고 한다. 엄마가 아프고 난 후 가장 두려웠던 건 내가 자리를 잡으면 엄마에게 해주고 싶었던 일들을 하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 었다. 엄마에게 아줌마들 사이에 하나 씩은 있을 법한 명품백을 사주고 싶었고, 단 둘이 해외 여행도 다녀보고 싶었는데 이 모든 일을 왜 미루어 왔었는지 후회가 되었다. 투병 후 수술과  항암을 거치면서 엄마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져갔다. 컨디션이 좋은 듯 하다가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엄마는 꼭 누울 자리와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엄마와의 해외여행은 앞으로 꿈도 못 꿔 볼 것 같았는데 3번째 수술을 마치고 우리는 동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크로아티아로 떠나길 결정하다.

엄마와 내가 해외여행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는 여행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시만 해도 '꽃보다 할배'의 영향으로 동유럽 크로아티아, 체코 여행의 인기가 높았다. 엄마와 나도 이왕 떠나는거 동유럽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방문은 처음인지라 엄마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자유여행 보다는 패키지 투어를 떠나기로 했다. 각 여행사 별 여행코스를 마르고 닳도록 검색 해 보니 어떤 패키지가 좋을지 나름의 기준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1. 여행 일정이 너무 빡빡하지 않을 것 2. 체험 보다는 관광 위주로 구성할 것 3.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와 체코 프라하는 반드시 포함 할 것 그렇게 결정한 상품은 '크로아티아/발칸+동유럽 4국 9일 투어'였다.

 

암투병 환자의 해외여행 준비

여행을 준비하며 엄마는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고, 필요한 약을 처방 받았다. 안전한 여행을 위해 패키지 여행을 예약한 가이드에게 엄마가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전달했다. 항공 편을 확인 후에 항공사에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어떤 내용이 있는지 체크 해 보기 시작했다. 또한 인천공항 내 출입구 우대자 서비스를 확인했다. 병약승객을 위해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었고, 각 항공사 별로 의료용 산소와 휠체어 서비스 등도 있으니 사전 확인해보기를 추천한다.

 

[인천공항 교통약자 출국 우대서비스]

www.airport.kr/ap_lp/ko/dep/process/prioritylane/prioritylane.do

 

 

변화하는 기후에 주의하자, 따뜻한 옷가지는 필수

여행 일자가 확정되고 난 후 날씨 확인을 위해 다음의 사이트 https://www.accuweather.com/ko/world-weather 를 참고해서 필요한 옷가지를 준비했다. 무계획이 계획 인 여행을 좋아하고 현지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나지만 엄마와 함께 이니 긴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암 투병 환자들의 경우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도록 따뜻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게 좋아서 얇은 담요, 모자, 난방이 잘 안되는 곳에서 숙박을 할 수 있기에 핫팩을 준비했다.(참고로 엄마와 내가 여행한 시기는 여름이였다) 

 

 

 

공항에 도착 부터 출국까지

패키지 여행의 경우 인천공항에서 미팅 집결 장소가 안내되고 발권 전후 이 곳에서 가이드를 만나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엄마와 나는 공항에 도착하고 발권을 진행 한 후에 미팅 장소로 이동했다. 가이드에게 여행 패키지 물품을 수령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면세구역으로 이동했다. 항공사 라운지에서 휴식을 할까도 했지만 정말 오랜 만에 여행으로 한껏 기대감이 부푼 엄마는 면세점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출국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탑승하고 우리는 무사히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과한 염려는 금물

여행이 시작되고 난 후 짐을 옮기고, 이동을 할 때, 모든 식사 마다 엄마의 안전과 건강이 너무 염려되었다. 첫 숙소에 들어갔을 때 엄마가 하는 말이 '니가 너무 날 보호하는데만 몰두하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라는 말이었다. 즐기려고 간 여행이다. 그리고 암 환자들에게는 아프지만 오늘이 일상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너무 아픈 상태에 메이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9일 여행이 4일로 변경

엄마와 야심차게 떠난 동유럽 여행은 아쉽지만 4일 만에 종료하고 한국행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아파서냐 아니었다. 급하게 외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전달 받아 크로아티아 드부르부니크에서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몇 년이 지났고 외할머니는 현재까지 생존해계신다. 이따금 엄마는 그 때 딸의 빠른 대처가 아쉽다 플리트비체를 보고 올 수 있었는데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였지만,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여행 중의 하나로 기억된다. 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수술과 항암, 항암과 항암 사이 여유가 생긴다면 특별한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 편에는 동유럽 패키지 절반 투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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