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부암동데이트] 청운문학도서관, 윤동주기념관 가을 나들이

뭉치2020 2020. 10. 30. 01:12

추석을 앞 뒤로 바쁜 일상이 계속되어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요 몇 일 하늘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며 여유를 느끼고 싶었는데 마땅히 갈 만한 곳도, 갈 여유도 없었다. 우리 집 식구와 진격의 부부싸움 이후 여유가 없는 일상에 여유를 만들어 부암동 나들이를 다녀왔다. 

 

 

 

얼마 전 우연히 부암동을 지나다 보니, 꽤 많은 인파가 몰려 있는 걸 보았다. 여유 있게 걷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가을이 되면 우리 집 식구와 함께 이 곳을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평일 오후 2시에 도착 한 부암동은 한적한 느낌이였다. 대학시절 버스를 타고 지나갈 때 마다 가장 좋아했던 풍경을 보니 마음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윤동주 문학관 앞 길

 

윤동주 문학과 앞 길을 지나 청운문학도서관을 방문했다. 지어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듯한 한옥 도서관의 모습이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멋스러워보였다. 

 

 

청운문학도서관 전경
청운문학도서관 안내판

 

우리 집 식구와 문학도서관 안내판 앞에서 주변 풍경을 돌아보고 있는데, 한양도성길 해설을 들으며 이동하고 있는 단체 관광객을 마주했다. 등산 보다는 둘레길 걷기를 좋아하는 나의 경우, 서울 둘레길 코스를 걸었던 기억이 나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양도성길 구간을 모두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운문화도서관 1층

 

청운문화도서관 앞 마당은 위에서 보는 풍경 보다 더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1층은 세미나실, 정자, 체험관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책을 볼 수 있는 정자

 

여름에 방문한다면 책 한권을 대여해서 이 곳에 앉아 하루 종일 책을 읽고 가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자를 지나면 지하 열람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열람실 복도

 

열람실 복도에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었다. 복도 끝으로 이동하면, 좌우측에 각각 일반 열람실과 어린이 열람실이 위치해있다. 일반 열람실에 발열 체크 후 입장하면서 이 곳 저 곳을 둘러보았다.

 

 

열람실 실외 정원

 

열람실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아기 자기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특별히 눈길을 끈 곳은 열람실 내의 위치한 실외 정원과 전시도서 코너였다. '그 녀석, 걱정'이란 책 제목이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처음에 좁쌀 만하게 찾아 온 걱정이 커가고 걱정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아이가 걱정을 해결해가는 내용이였다. 책 속에서 걱정이 말하기를 '네가 불러서 내가 왔다.'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요즘 많은 걱정과 염려가 내 안에 있는데, 그 걱정을 적어 걱정 분쇄기에 갈았다. 왠지 마음이 홀가분해 지는 것 같았다.

 

 

전시도서 코너
청운문학도서관 지하 1층 입구

 

도서관을 둘러 본 후 한결 마음의 여유가 생겨 걸어 올라 온 길에 보았던 윤동주문학관도 방문해 보기로 했다.

 

 

 

윤동주문학관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건축물의 느낌이 인상적이였다. 이 곳이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였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제 1 전시실 시인채에는 윤동주 시인의 사진과 친필원고가 전시되어 있었고,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 있었다. 제 2 전시실 '열린 우물' 로 폐기 된 물탱크의 윗 부분을 들어 낸 공간이라고 들었다. 벽체에 그대로 남아있는 물의 흔적들과 새롭게 자라나기 시작한 식물들과 뻥 뚫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제 2 전시실 '열린 우물'

 

2 전시실을 지나 3 전시실로 들어가니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물을 볼 수 있었다. 이 전시실의 이름은 '닫힌 우물'이라고 했다.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전시실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곳에서 영상물을 보는 동안 우리 집 식구와 나 단 둘이였다. 늘 장난기가 가득한 우리 집 식구는 시구가 나올 때 마다, 전시실의 울림을 느끼며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우리 집 식구에게 조용히하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늘 그렇 듯 나의 잔소리가 심해지면 청개구리 우리 집 식구는 더 말을 듣지 않는다. 잔소리를 그치고 그 안에서 내 마음을 바라봤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하는 내 마음이 조급함을 만들어 냈고, 닥달하는 잔소리를 우리 집 식구에게 하고 있었다. 사실 그 시간에는 우리 둘 뿐이였는데 내가 방해 받아 불편했던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올까봐 안달과 조급을 내는 내 자신을 그 안에서 한번 다독여줬다.

 

 

 

전시실을 나오며, 윤동주의 삶을 생각 해 보았다. 영상 안에 '순했지만 연약하지 않았다.'는 그의 모습이 부러웠다.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쉬어가고 싶은 이들에게 이 가을 부암동 가을 나들이를 추천해 본다.

 

우리 집 식구와 나는 2시 부터 5시 까지 짧은 시간 부암동 인근을 걸어 다니면서 이 곳 저 곳을 눈에 담고, 돈까스를 먹고 돌아왔지만 여유가 된다면 서울한양도성 백악구간(창의문에서 시작-숙정문-말바위 안내소-와룡공원-혜화문)을 가을이 다 지나기 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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