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 안에서 가장 힘든 일은 나의 무능력함을 마주하는 것이다. 상사는 나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고, 좀 더 정리 된 간결한 보고를 요청한다. 동료들은 내가 업무의 목적과 흐름을 파악하지 못함에 답답함을 느끼는 듯 하다. 그리고 후임들은 이런 나의 모습에 답답함을 넘어 고개를 내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판단하는 것은 사실일까?
사실 상사의 피드백 외에는 내가 추측하는 것들을 나는 사실 인 양 믿고 있다. 그렇게 추측을 사실 인 양 생각하다 보니, 모든 순간이 긴장의 연속이다. 긴장을 하게 되니 집중력이 흩어지고, 핵심을 파악하기 보다 토씨하나 다른 이의 이야기를 놓칠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모든 대화를 타이핑하고, 그 타이핑 내용을 다시 읽기를 반복하다. 핵심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타이핑 하지 못했던 부분에 중요한 대화내용은 없었을까?'로 고민이 집중된다. 이쯤 되니, 추측이 사실이 아니어도 내 마음은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지니, 어떤 대화를 해야하는지 난감해지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명확한 방향성이 있었다. 무엇을 하던 그 방향성과 원칙 아래서 '코에 걸면 코 걸이, 귀에 걸면 귀 걸이' 라면서 유창한 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것에 능숙했던 나였다. 그리고 조직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무엇이든 엮어 내어 일관성 있게 성실히 수행하던 나라는 구성원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조직의 가야할 방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중간관리자로서 역할을 하게 되니, 아무도 그림을 그려 주지 않고 내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 되니 나는 멘탈붕괴에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사실 타인의 의도를 파악하는게 아니라, 나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제시하는 사람인데 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무능한 사람인가?
스스로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던졌는지 모른다. 내가 무능하면 어쩌지? 나는 어쩌지는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대로 찾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여기서 나의 안달과 조급증이라는 고질병이 등장한다. 최근의 나는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쩌면 좋지? 그것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해야 하는데. 아 우리 직원은 나에게 보고를 왜 안할까? 나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아이디어를 말하는 상사의 피드백의 개선을 위해 끊임 없이 외부의 사례들을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뭘 기대하는지? 무언가 깊은 고민 보다는 문서로 정리되는 내용에 집착하고 빨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가 쉽게 나아질까?
지금의 안달과 조급이 계속된다면 사실 이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안달과 조급이 아니라 이 역량이 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안달과 조급으로 긴장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문제 중심의 해결책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숲을 보고, 그 단계를 밟아 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부터 정리해보기
직장 안에서 일을 못해서 나를 힘들게 했던 많은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얼마나 그들을 욕했던가.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줄이야. 이 시간을 지나기 위해서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지나친 추측으로 상황을 확대해석하고, 안달과 조급을이야기 하면서 나를 달달 볶기만 한다면 여전히 나는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니고 결국 나였다. 인정 받고 싶은 나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나는 두렵고 불안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부터는 문제 앞에 안달과 조급을 잠시 옆으로 미뤄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결국 표현해 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보려고 한다. 거기에 의사소통을 하고, 살을 붙여 나간다면 조금씩은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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