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야기

[집단상담] 북리뷰: 뉴런하우스, 심리치료 소설

뭉치2020 2021. 3. 7. 19:46

얼마 전 비 대면 집단상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집단상담 운영을 위한 교육인 줄 알고 신청했는데, 내담자가 되어 1박 2일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1박 2일 간 줌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상담에 참여한 다니 시작부터 피곤함이 몰려왔다. 취소할 까도 고민하다 '돈 주고도 상담을 받는데.'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의 고질병은 바로 드러났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서 집단 안의 역동을 해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모습을 본 상담자가 나에게 "하고 싶은 데로 하세요. 내가 이래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어도 계속 그렇게 해보세요. 어차피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니."라고 말했다. 순간 내 민 낯을 들킨 것 같아 너무 부끄러웠지만 그런 내 모습을 발견해 준 상담자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예민하게 날 세웠던 나의 감각은 안정을 찾았다.


밀리의 서재로 '뉴런하우스'를 읽다.

1일차 집단상담을 마치고 관련 한 책을 찾아보던 중 '뉴런하우스'를 발견했다. 당장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때 마침 우리 집 식구가 결재해 놓은 밀리의 서재가 생각났다. 결재하고 끝까지 읽은 책이 단 한권도 없었는데 그 날 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뉴런하우스를 읽었다.

 

 

뉴런하우스: 너에게 말하기

이 책은 게슈탈트 심리학의 권위자인 김정규 교수가 집필한 책으로, 뉴런 하우스라는 공유주택에 입주 한 8명의 남녀와 베를린에서 심리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는 심리치료사가 집단 상담을 통해 각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이 담겨 있었다. 책을 읽기 전 너무 드라마틱한 전개로 책이 구성되었다는 평을 먼저 접해서인지 모든 내용이 치료의 극적인 효과를 보여주기 위한 인물 구성과 과정을 담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마무리할 즈음 내게도 뉴런하우스의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나이가 먹을 수록 나의 연약함을 마주하게 된다. 평범하고 열심히, 성실히 살아왔다고 자신했는데 내 삶은 아픈데도 아프다는 것조차 모르고 살아왔고,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나에게 어색한 일이었다. 이런 마음 때문에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마음의 아픈 상처는 늘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책을 읽고 '그래, 내가 나를 잘 돌보지 못하지. 내가 연약하다는 걸 부정하고 싶어하지.'라는 씁쓸함을 느끼며 잠자리에 들었다.


게슈탈트 집단상담의 목표: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에 대한 알아차림

게슈탈트 심리치료는 여러 집단 상담의 참여하는 내담자가 집단 안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통찰하고, 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행동과 사고를 자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통합적인 인식과 스스로를 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2일차 집단상담에 참여하면서 나의 모습을 좀 더 바라보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다른 이들을 모습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내가 숨기고 싶었던 모습을 인정하려는 노력도 했다. 최근 내 안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분노감이 크다는 사실을 마주했다. 인정의 욕구가 중요한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인정받기 위해 나만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그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분노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단상담을 하면서 삶의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스트레스에서 벗어 나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막연한 다짐을 해 보았다. 당장 나의 모습을 모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삶의 중심을 나에게 두고 내 인생의 진폭을 조금씩 줄여 나가고자 한다.

 

 

이번 집단상담 중 내가 그린 나무 그림이다. 이 나무를 만나러 숲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늘 계획적인 삶을 살아야 마음이 편한 줄 알았는데 기대하지 않은 일상의 즐거움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내가 가는 길 가운데 분명 어려움과 기쁨이 있을 것이다. 내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통제와 계획 속에 놓고 전전긍긍하기 보다 인생을 누려 야지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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