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일상

[완주여행] 인스타핫플 1박 2일, 완주 가볼만 한 곳(BTS 힐링성지)

뭉치2020 2021. 3. 5. 14:18

장거리 1박 2일 여행을 급하게 계획했다. 최근 가족모임이 많아지면서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이 줄어 아쉬움을 느끼던 차였다. 우리 집 식구는 늘 그렇듯 "어디 가자."를 외쳤고, 그 어디는 우리 집 식구의 머리 속에는 없었다. 강원도 고성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했던 기억이 나서 고성, 동해를 마음에 두고 인스타와 유튜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1순위 고성에서 2순위 동해로 마음이 변했고 숙소를 잡기 알아보던 중 원하던 숙소 예약이 어려워 급 인스타 핫플 '완주'를 방문하기로 했다.

 

 2019년 BTS 서머패키지 촬영지, 완주

전주는 익숙하지만 완주는 낯선 지명이었다.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 때 네이버 지도에 방문하고 싶은 곳을 저장한 후 루트를 짜면 편리하게 여행을 할 수 있기에 자주 이용하고 있다. 이번에도 여행 전 완주에서 방문하고 싶은 곳들을 저장했다. 여행지를 저장하고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확인하다 보니 완주지역의 BTS가 방문하여 뮤직비디오와 화보촬영을 진행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화보촬영 한 사진을 보니 완주 방문이 더욱 설레었다.

 

완주에 도착할 수 있을까?

이른 아침 일어나 출발하리라는 우리의 다짐과 달리 10시 30분쯤 집을 나섰지만 교통체증은 우리가 상상한 이상이었다. 미리 예약해 두었던 영숙백숙을 취소하고 고성으로 다시 방향을 틀 것인가 고민했다. 다행히 휴게소를 들린 이후 교통체증이 풀려 완주를 향해 달려갔다. 어제 계획했던 1일차 계획을 모두 변경하고 산속등대를 첫 번째 목적지로 삼고 달려갔다.

 

 산속등대

산속등대는 골판지를 만들던 공장이 폐공장이 된 후 방치되어 오다 2006년 미술관과 예술체험이 가능한 복합문화 공간으로 개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곽미영 초대 전 좋은 날, 너에게 간다가 전시 중에 있었다. 넓은 부지와 감성적으로 구성된 공간의 조형물과 작품들을 보며 꽉 막힌 교통체증으로 인한 짜증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속등대의 설계 개념이었다. '기존의 조직은 어떠 한가? - 무엇이 남는가? - 어떻게 새로움이 결합하는가?'의 과정을 통해 이 공간이 구성되었다고 한다. 결혼을 하고 난 후 나의 삶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하고 있는 나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과거는 어떠했는가? - 그 과정을 통해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 나는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것인가? 이 고민을 할 때면 이미 지난 시간을 잘 관리하지 못함에 후회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 지기도 하지만 남은 것들을 가지고 앞으로의 삶을 잘 관리하고 가꿔야지 라며 나를 위로한다. 공간을 통해 내 고민의 답과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폐 철교 옆 아름다웠던 비비정

산속등대를 돌아보고 나니 시간은 어느 덧 5시 즈음이 되었다. 비비정으로 이동했다. 비비정은 만경 강가에 위치한 정자이다. 40~50년 전 까지만 해도 만경 강가에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었다고 한다. 비비정을 사이에 두고 전라선 철교와 폐철교를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흐른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 집 식구와 아무 말없이 폐철교의 끝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인스타 핫플, 캔버스 카페

비비정을 나와 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캔버스 카페로 이동했다. 캔버스 카페 앞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규모가 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너를 돌아 주차장으로 들어서면서 본 캔버스 카페의 모습이란 여기가 왜 인스타 핫플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구석 구석 사진을 찍을 만한 포토 존이 구성되어 있었고, 통 유리 창으로 건물이 구성되어 있어서 탁 트인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 한 시간 대가 딱 석양이 지는 타이밍이어서 아름다운 석양을 원 없이 감상했다.

 

청석골 쭈갈비, 쭈갈비 세트

우리 집 식구는 이제야 우리가 어디서 자야 하는지 걱정이 되는지 "우리 어디서 자 오늘?"이라며 물었다. 데일리호텔, 야놀자, 에어비엔비, 올스테이, 인스타를 정신없이 검색했지만 호텔과 리조트, 펜션 예약은 불가했다. 아쉬운 데로 호텔이라고 써 있는 모텔을 예약했고 호텔 와인으로 향하는 길에 청석골 쭈갈비에서 쭈갈비 세트를 저녁으로 먹었다. 고기라면 늘 행복해하는 우리 집 식구와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 입에 매콤 달콤한 쭈갈비 세트가 딱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늦은 저녁이라서 인지 밥이 오래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해 손님 방문이 많지 않아 회전율이 떨어져 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공기마을 편백나무숲

모텔에서 1박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추가 음료 서비스와 간식 서비스까지 가성비 갑이었다. 아침에 8시쯤 일어나 근처의 공기마을 편백나무숲을 올랐다. 여행 계획 전 꼭 방문하고 싶었는데 위치 상 방문하기 애매한 곳이라 방문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호텔와인에서 투숙했기에 이른 아침 이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엄마가 아프고 가끔 편백나무숲을 함께 산책하였었는데 우리 집 식구와는 처음이었다. 등산화를 준비해왔기에 갈아 신고한 시간 정도를 걸었다. 정말 공기가 좋았고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원조화심순두부 본점

편백나무 숲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짐을 챙겨 원조화심순두부로 아점을 먹으러 갔다. 완주에서 방문했던 곳 중 가장 많은 사람을 구경한 곳이 아닌가 싶다. 식당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었다. 우리 집 식구는 어린시절 예식장 피로연 장에 온 것 같다고 했다. 자리에 앉자 마자 정신없이 주문을 했다. 손 두부 한 모와 화순 순두부, 바지락 순두부를 주문했다. 배도 고팠지만 손 두부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식당에서는 한 모에 5,000원이나 포장 시에는 3,000원이었다. 화순 순두부와 바지락 순두부 안의 순두부 양이 굉장히 많았다. 돼지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바지락 순두부를 시켰지만 시그니처인 화순 순두부의 맛이 개인적으로는 더 입맛에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두부 2모와 두부 도넛도 구매했다.

 

오스갤러리

식사를 마친 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주변의 오스갤러리로 향했다. 개인적으로 오성제 나무에서 인생 샷을 남기고 싶었지만 우리 집 식구가 춥다며 눈으로만 보자는 설득에 못 이겨 카페 안으로 바로 들어갔다. 카페에 들어서자 마자 인스타에서 많이 본 장소가 눈에 들어왔다.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음료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카페 곳곳의 인테리어가 예뻤고, 멍 때리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원

이쯤 되니 우리 집 식구와 나의 에너지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오스갤러리에서 휴식을 취했지만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원은 꼭 가보고 싶었다. 입장료 10,000원을 내고 들어서니 가장 먼저 갤러리가 눈에 띄었다. 아원과 오스갤러리는 오스아트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갤러리에 들어서서 알게 되었다. 갤러리 맞은 편에는 카페가 있었고 카페를 지나 외부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가니 한옥 스테이가 가능한 아원 고택이 눈에 띄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방문해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고 우리 집 식구와 대청 마루에 앉아 오미자 차를 나눠 마셨다. 쉽게 그칠 비가 아닌 것 같아 이쯤에서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위봉 산성, 위봉 폭포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위봉 산성과 위봉 폭포를 지나쳤다. 서로에게 이런 곳이구나, 여기 있는 거구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볼 거리가 많고 여유가 있는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획이 없으면 힘들어 하는 나는 우리 집 식구를 만나 우연히 만나는 일상의 즐거움들을 발견해가고 있는 것 같다.

대아 저수지

마지막으로 대아 저수지 주변을 드라이브했고, 저수지의 끝자락에 위치한 정자에 올라섰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이번에도 참 좋았다며 서로에게 고마워하며 여행을 마무리했다.

 

 우리 집 식구와 나는 정말 다르지만 티격태격하면서도 꼭 둘이 붙어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그 과정에 싸우기도 하지만 또 어느 순간 너무 행복해하는 우리가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여행을 복기해보면서 너무 다른 우리지만, 서로의 진심은 함께 삶을 나누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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