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투병 중 내가 생각해도 나는 엄마에게 최적화된 간병인이었다.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는 모든 과정이 전혀 고되지 않았다. 치료 중 고통을 오롯이 감당하는 엄마가 늘 고마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유일하게 엄마의 투병 중 엄마에게 화 아니 짜증이 났던 기억이 난다.
수술 이후 병실 이동
엄마는 30대에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서 암 진단 비부터 수술, 입원 특약을 잘 준비했다. 그래서 병원 치료를 받는데 금전적인 어려움은 겪지 않았다. 하지만 한 푼이라도 절약을 위해 엄마는 수술 후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니 다 인실로 병실을 이동하겠다고 했다. 2인실 비용이 다 인실의 비해 5배 정도 들어가니 엄마로서는 그 금액이 부담스러웠나 보다. 보험으로 충분히 비용 충당이 가능한데 굳이 병실을 옮기고 싶어하는 엄마가 궁상 맞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치료받을 때 특실, 1인실은 아니더라도 마음 편히 치료받았으면 하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병실이동을 원했다. "엄마 그럼 다 인실 가면 다신 이 인실 안 돌아오는 거다." 엄마의 약속을 받고 간호사실에 가서 다 인실 이동을 신청했다. 반나절 정도 지나니 다 인실로 이동이 가능했다. 창가 자리였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우리가 배정받은 자리는 입구에서 좌측 가장 앞쪽 자리었다. 엄마를 몸만 이동시킨 후 짐을 하나 옮기기 시작했다. 입원 이후 늘어난 짐은 혼자 5번 정도 옮겨야 될 정도로 많았다.
다인실은 힘들어
엄마는 다인실 자리에 눕더니 "여기도 괜찮다. 굳이 뭐 2인실에 있을 것 뭐 있어. 입원실 비용도 저렴하고 좋다." 엄마가 좋다고 하니 그저 좋을 뿐이었다. 다인실에 있으니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들렸다. 유방암, 위암, 갑상선암 등 각기 다른 병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병실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대화의 주제는 남편과 자녀 자랑, 병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어떤 방법을 사용했더니 효과가 있었는지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엄마와 나는 입원실에 들어간지 반나절이 지나니 각자의 병증과 신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밤이 되니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화장실에서 구토하는 소리가 들리고, 수술을 마친 환자들의 아파하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괜찮아도 엄마가 이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힘들어서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누워있는 나를 깨운 엄마는 귓속말로 "나 원래 있었던 병실로 가고 싶어."
다시 2인실로 돌아가다
다행히 비어 있는 2인실이 있어 늦은 밤 5번의 짐 나르기를 진행하며 우리는 병실을 바꿀 수 있었다. "엄마 다시는 바꾸자고 하지 마." 짐을 옮기는 것도 힘들었지만, 엄마가 다른 이들의 이야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서 더 화가 났다. "2인실에 우리 둘이 있으니까 1인실 같다." 엄마는 민망하지 한 마디 했다. 엄마의 사랑스러움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호스피스 병동이 분리되지 않았던 원자력병원
엄마가 투병하면서 우리는 주로 원자력병원 6층에서 생활을 했다. 당시만 해도 원자력병원은 호스피스 병동과 분리되어 있지 않아 같은 6층 안에서 코드블루(심장마비 환자 발생 시 사용하는 의료 용어라고 한다) 방송을 자주 접했고, 병실 안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케이스를 마주한 적도 있었다. 당시 나는 엄마가 암으로 인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두려워할까 봐 너무 걱정이 되었다. 엄마가 잠이 들었을 때, 통곡소리가 나면 엄마의 귀를 살며시 막는 밤도 있었다. 다행히 3번째 수술을 할 때쯤 원자력병원은 호스피스 병동이 분리되었다.
암 환자 치료를 위한 병실 선택
환자와 병원의 사정으로 인해 병실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 일 수도 있다. 상급 병실이라고 해서 쾌적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특실과 1인실의 경우는 사용해보지 않았다) 엄마의 경우 2인실에서 치료를 받던 중 부작용 반응이 크게 나타나 옆의 환자가 함께 병실 사용이 어렵다고 병실 바꾼 일도 있었다. 다만 환자가 치료를 받을 때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암 환자 입원 시 Tip
1. 숙면 위한 안대와 귀마개: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병실이니 잠을 잘 때 안대와 귀마개가 있으면 숙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이어폰: 음악을 들을 때, 영상을 볼 때 다른 환자를 배려해서 이어폰은 필수다. 본인도 중요하지만 다른 환자도 배려해야 한다.
3. 운동 위한 가벼운 실내화: 수술 이후 회복기에는 운동이 필수다. 병실 안에서는 슬리퍼를 주로 신지만, 가벼운 실내화가 운동 시에는 편리하다.
4. 손수건: 가볍게 목을 감아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병실이라 온도가 낮을 때 손수건을 감싸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너무 건조할 때 가제 손수건에 물을 입 주변을 닦아주는 것도 추천한다.
5. 얇은 담요: 손수건과 비슷하게 얇은 담요가 있으면 보온에 도움이 된다.
병원생활을 하다 보면 짐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짐이 늘어나면 어떤 가 환자가 편할 수 있다면, 환자의 필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투병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가족이 힘을 모아 암을 극복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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